어느 날 저녁이었어요. 평소처럼 제 무릎에 누워 애교를 부리는 아이를 쓰다듬어 주는데, 턱 밑에서 작고 동그란 무언가가 손에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반대쪽도 만져보니 그쪽은 매끈하기만 했죠.
그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이게 뭐지?', '언제부터 있었지?'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저는 아이를 품에 안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고, 며칠 뒤 '림포마(림프종)'라는 낯선 이름의 병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마 많은 보호자님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거나, 혹은 이런 상황을 마주할까 봐 두려워하고 계실 거라 생각해요. 오늘은 그날의 막막했던 기억을 더듬어, 강아지 림프종 증상부터 원인, 그리고 힘들었던 항암치료 과정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부디 제 경험이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 다른 보호자님들께 작은 위로와 정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강아지 림포마, 대체 어떤 병인가요?



1.1. '혈액암'이라는 무서운 이름
병원에서 처음 '림포마'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저는 그게 암의 일종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림포마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담당하는 '림프구'라는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며 발생하는 혈액암입니다. 마치 우리 몸을 지키는 경찰이 갑자기 돌변해 문제를 일으키는 것과 같다고 설명해 주시더군요.
이 병은 강아지에게 발생하는 종양 중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암 중 하나라고 해요. 정말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제 아이가 진단을 받으니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1.2. B세포 vs T세포, 예후가 달라져요
림포마는 암세포의 종류에 따라 크게 B세포(B-cell) 타입과 T세포(T-cell) 타입으로 나뉩니다. B림프구는 항체를 만들어 세균과 싸우는 역할을 하고, T림프구는 감염된 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어떤 세포에서 암이 시작되었느냐에 따라 치료 반응과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B세포 림포마가 항암 치료에 대한 반응이 더 좋고 예후도 긍정적인 편이며, 다행히 강아지 림포마의 약 60~80%는 B세포 타입이라고 해요. 저희 아이도 추가 검사를 통해 B세포 림포마 진단을 받았고, 그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1.3. 도대체 왜 우리 아이에게 이런 병이...
가장 답답하고 원망스러웠던 질문은 바로 '왜?'였습니다. 하지만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림포마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셨어요. 다만 유전적인 요인이나 환경적인 요인(특정 화학물질 노출, 환경오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특히 골든 리트리버, 복서, 바셋 하운드 같은 특정 품종에서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사실상 모든 품종의 강아지에게서 발생할 수 있어요. 특히 10살 이상의 노령견에게서 많이 발견된다고 하니, 나이가 많은 아이와 함께 지내신다면 더욱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2. 놓치지 말아야 할 초기 강아지 림프종 증상들


2.1. '혹'이 만져지는 위치를 꼭 확인하세요!
림포마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바로 통증 없는 '혹'입니다. 이 혹은 사실 부어오른 림프절인데요. 강아지의 림프절은 전신에 퍼져 있지만, 보호자가 쉽게 만져볼 수 있는 위치는 정해져 있습니다.
- 턱 아래 (하악 림프절)
- 어깨 앞쪽 (견갑전 림프절)
- 겨드랑이 (액와 림프절)
- 사타구니 (서혜부 림프절)
- 무릎 뒤 오금 (오금 림프절)
매일 아이를 사랑으로 쓰다듬어 주시면서 이 부위들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만져보세요. 평소와 다른 멍울이나 혹이 만져진다면 망설이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2.2. 혹 말고 다른 증상은 없나요?
림포마는 '전신 질환'이기 때문에 혹 외에도 다양한 증상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저희 아이의 경우, 혹을 발견하기 얼마 전부터 부쩍 잠이 늘고 산책을 나가도 금방 지쳐서 들어오곤 했어요. 그때는 그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던 것이 너무나 후회스럽습니다.
- 기력 저하 및 무기력증
- 식욕 부진과 체중 감소
- 원인 불명의 발열
-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 (다음다뇨)
- 호흡 곤란 또는 기침
- 구토 및 설사
이런 증상들은 다른 질병에서도 나타날 수 있지만, 림프절이 부어오른 것과 함께 나타난다면 림포마를 강력하게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2.3. 림포마의 5단계, 우리 아이는 어디쯤일까요?
사람의 암처럼 강아지 림포마도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1기에서 5기로 단계를 나눕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습니다.
- 1기: 하나의 림프절에만 국한된 경우
- 2기: 특정 부위의 여러 림프절이 침범된 경우
- 3기: 전신의 림프절이 부어오른 경우 (가장 흔하게 진단되는 단계입니다)
- 4기: 간이나 비장까지 전이된 경우
- 5기: 골수나 혈액, 또는 림프절 외 다른 장기(피부, 신경계 등)까지 침범된 경우
이 병기는 앞으로의 치료 계획을 세우고 예후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3. 절망 속에서 찾은 희망, 항암 치료 이야기
3.1. 정확한 진단이 첫걸음입니다
림포마가 의심되면 여러 검사를 통해 확진을 내리게 됩니다. 가장 먼저 하는 검사는 세침흡인검사(FNA)입니다. 가는 주사기로 림프절의 세포를 채취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비교적 간단한 검사죠. 이 검사에서 암세포가 의심되면, 정확한 타입과 등급을 알기 위해 조직검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후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엑스레이, 초음파, CT 등 영상 검사와 혈액 검사를 진행하며 최종적으로 병기를 확정 짓습니다.
3.2. 항암치료, 꼭 해야만 할까요?
'항암치료'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정말 엄청났습니다. 아이가 힘들진 않을까, 고통만 주는 건 아닐까... 수만 가지 걱정이 들었죠. 하지만 수의사 선생님의 한마디가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림포마는 치료하지 않으면 평균 기대 수명이 1~3개월에 불과하지만, 항암 치료를 통해 1년 이상, 혹은 그보다 더 오래 함께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강아지 항암치료의 목표는 '완치'보다는 '관해(Remission)'에 있습니다. 관해란 암세포가 사라져 임상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를 말해요. 즉, 아이가 암으로 인해 겪는 고통을 줄여주고, 남은 시간 동안 편안하고 행복하게 '삶의 질'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3.3. 항암치료의 부작용과 관리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항암치료의 부작용이었습니다. 다행히 강아지들은 사람보다 항암치료 부작용을 덜 겪는다고 해요. 하지만 아이에 따라 식욕 부진, 구토, 설사, 일시적인 기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저희 아이도 항암 주사를 맞고 온 날은 하루 이틀 정도 기운 없이 잠만 자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내복약을 먹이고, 아이가 좋아하는 부드러운 특식을 소량씩 자주 급여하며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항암 치료 중에는 백혈구 수치가 떨어져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으니, 매주 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통해 아이의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며 치료를 이어나가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4. 보호자로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들


4.1. 매일의 스킨십이 최고의 조기 발견 방법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겪고 나서 제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매일의 관심과 스킨십이 최고의 건강 검진'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털이 긴 장모종 아이들은 피부나 몸의 변화를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어요.
하루에 한 번, 빗질을 해주거나 아이를 껴안고 마사지해주면서 온몸 구석구석을 사랑으로 만져주세요. 그것만으로도 림포마 같은 무서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4.2. 항암 치료 중 식단 및 영양 관리
항암 치료 중에는 아이의 식욕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잘 먹고 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소화가 잘되고 기호성이 좋은 습식 사료나 화식을 주로 급여했고, 염분 없는 황태나 닭가슴살을 삶아 특식으로 주기도 했습니다.
항염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오메가-3 영양제를 챙겨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영양제나 보조제는 반드시 담당 수의사 선생님과 상의 후에 급여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4.3. 마음의 준비, 그리고 남은 시간의 소중함
강아지 림포마는 완치가 어려운 병입니다. 치료가 잘 되어 관해에 이르렀다 해도, 언젠가는 재발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죠.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은 너무나 고통스럽지만, 저는 이 시간을 아이와의 '보너스 타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치료를 강행하기보다는, 아이의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사랑하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요?
림포마 진단은 분명 청천벽력 같은 소식입니다. 하지만 너무 빨리 절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대 수의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우리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답니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주치의와 긴밀히 소통하며 최선의 길을 찾아 나간다면, 분명 우리 아이와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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